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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동안 스팸함에 잠들어 있던 메일

34만 팔로어 미디엄 퍼블리케이션에 신청하고 합격한 이야기

7월 1일, 미디엄에 첫 글을 올렸다

수수랜드는 처음 만들 때부터 영어권 사용자를 타깃으로 삼고, 모든 게임을 영어로도 만들었는데, 해외사용자가 16%밖에 안 된다.
그래서 딸이 수수랜드 홍보를 위해서 미디엄에 글을 올려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글을 너무 자주 올려도 좋지 않다고 해서 우선 글을 두 개 올려놓은 상태다.
내 경험상 브런치는 글을 올린 후 약 10시간 정도까지 집중적으로 노출되는데, 미디엄은 노출되는 방식이 좀 달라서 시간 순서가 아니었다. 나는 아직 무슨 규칙으로 노출되는 지 패턴을 못 찾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노출된다고 한다. 누군가 와서 ‘오목 개발일지’를 읽었고 클랩을 4개 받았다.

미디엄 퍼블리케이션에 도전

미디엄에서는 매일 메일이 온다. 오늘 온 메일을 번역하려고 클로드에게 보여줬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클로드가 내가 쓴 글을 더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서 퍼블리케이션에 기고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지금 팔로워가 없지만, 퍼블리케이션에 출판하게 되면 퍼블리케이션의 수많은 팔로워들에게 내 글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6일, 나는 내 글을 올릴 퍼블리케이션을 고르기 위해서 ‘스타트업’을 검색했다. 맨 위에 있는 퍼블리케이션의 구독자가 8만8천8백이었다. 첫 번째로 보이는 글은 200달러짜리 AI를 구입하고 6만 달러 개발자를 해고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쓰는 글과 결이 안 맞을 것 같아서 ‘인디게임개발일지’를 검색했다.
여러 퍼블리케이션을 둘러보았는데 보통 편집자가 유일한 작가이면서 글이 몇개 있고 팔로워가 10명정도였다. 다른 퍼블리케이션도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다들 규모가 비슷했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다 ‘인디 게임 데브스’라는 퍼블리케이션을 발견했다. 필자가 여럿이라 활발해 보였다. 퍼블리케이션 소개 페이지에는  편집자 연락처가 X이길래  나도 X에 가입했는데, 가입까지 하고 돌아와보니 편집자의 X 계정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뭘 본 것인지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았다.

퍼블리케이션의 글을 다시 찾아보니 가장 최근 글이  2014년에 작성된 것이었고, 그 퍼블리케이션은 이미 오래전에 운영이 중단된 곳이었다. 나는 괜히  X에 새로 가입한 셈이었다. 하루종일 삽질하고 글감만 하나 건졌다고 생각했다.

미디엄 퍼블리케이션 신청

그런데 오후 늦게 미디엄에 다시 갔다가 내 오목 개발일지에 “좋아요(클랩)“를 눌러준 사람의 프로필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15년 차 개발자였고, Level Up Coding이라는 퍼블리케이션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었다.
Level Up Coding은 팔로워가 34만 명인 대형 퍼블리케이션이었고, 퍼블리케이션 소개 페이지에는 코딩에 관련된 자신의 글을 퍼블리케이션에 출판하고 싶으면 이메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명확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곧바로 Level Up Coding 편집자에게 내 소개와 미디엄 글 링크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결국 답은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에게 있었다. 그 사람은 내 글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신기하다. 내가 Level Up Coding에 출판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 줄 텐데. 팔로워가 많은 퍼블리케이션이라서 신청자도 많고, 심사도 까다롭고 시간도 좀 걸릴 것 같았다.

기적 같은 소식

8월 26일, 메일함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스팸함에 들어갔는데, 거기에 Level Up Coding에서 온 답장이 있었다. 발신일을 보니 8월 15일이었다. 열흘 넘게 그 메일은 스팸함에 조용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한님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퍼블리케이션에 기고자로 함께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수수님 글이 저희와 잘 맞을 것 같아요. 이미 작가로 추가해 두었으니, 이 안내를 따라 글을 올리시면 됩니다 - [링크]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수수님 글을 저희 커뮤니티와 나눌 수 있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사실 나는 신청서를 보낸 뒤로 오랫동안 답이 없어서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나는 영어 원어민이 아닌 데다가 , 글마다 붙어있는 ’한글로 수수가 쓰고 클로드가 영어로 번역해줬어요.‘ 라고 적힌 걸 보고 “AI가 썼네. 탈락” 이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메일을 열어보니 합격 통보였다. 간결한 내 글을 클로드가 뉴요커가 쓴 것처럼 세련되게 번역해줘서  합격한 것 같다.

레벨업 코딩 퍼블리케이션에 출판

나는 이미 미디엄에 올린 8개의 글을 레벨업코딩에 출판했다. 포기했던 일이 사실은 이미 이루어져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기분은 정말 묘하다. 잘 시간인데 흥분이 되어서 잠이 안 왔다.
그래서, 레벨업 코딩에 가보았는데 한달만에 팔로워는 35만6천명이 되어있었고, 작가를 클릭했더니 작가도 많았다. 스크롤하면서 200명까지 세고 포기했다. 이렇게 작가가 많으니 하루에 올라오는 글도 많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기대를 조금 접었더니 흥분이 가라앉고 잔잔한 기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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