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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에서 생긴 일 2부

한국어로 소통하는 레딧 커뮤니티를 발견하다

어제 나는 Y8이 어느 나라 회사인지 궁금해서 구글에서 검색했다. 검색결과에 레딧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 한글로 적힌 글이 눈에 띄었다.

"내가 스팀에 올린 게임이 Y8에도 올라가 있었어요. 나는 허락한 적이 없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려고 클릭했더니 한국어로 활동하는 레딧 커뮤니티였다.
일단 로그인을 했는데, 작년에 활동정지된 [Weird Estate(이상한 부동산)]으로 들어가졌다. 보기만 되고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계정으로 들어가서 새 닉네임을 받았다.
새 닉네임은 [Ok-Wait]였다. 마치 개한테 "좋아, 간식 줄게, 기다려"라고 말하는 느낌이지만 [이상한 부동산]보다는 나았다.

이 커뮤니티도 카르마를 5개 쌓아야 게시물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이 커뮤니티에 조인도 하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목표는 업보트를 받는 것이었다.
누군가 오늘 저녁에 먹은 국밥 사진을 올리면 "맛있겠네요"라고 댓글을 적었다.
누군가 자기 고양이 사진을 올리면 "귀엽네요"라고 적었다.
어떤 사람이 "카르마 모으기 힘들다"고 하길래 "나도 카르마가 필요하고 여러분들에게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고 있어요. 여러분도 저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라고 적었다.

댓글이 사라져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다

그러다가 내가 뭘 잘못 눌렀는지 내가 쓴 댓글이 사라졌다. 작년에도 봇이 내 글들을 순삭했었다.
"작년에 레딧의 카르마를 몰라서 활동정지되었다"는 걸 굳이 쓰는 바람에 운영진이 내 댓글을 삭제한 것 같았다.
나는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저는 작년에 레딧에 가입해서 영어도 못 해서 카르마도 안 쌓고 조인도 안 하고 공지도 안 읽고 AI가 시키는 대로 게시글을 썼다가 경고를 받은 후에 카르마를 안 쌓고 레딧에 오지도 않았더니 활동정지를 받았는데 정말 억울하거든요. 제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서 활동정지 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오늘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다가 검색결과에 한국어로 활동하는 레딧을 발견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들어왔어요. 들뜬 마음에 너무 나댄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저는 67세로 인디게임 개발자이고, 브런치 작가이고, 내가 만든 게임을 '수수랜드'라는 플랫폼에서 배포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여기는 순전히 카르마를 쌓으려고 들어왔습니다.


이러고 쓰다가 '아차, 이렇게 쓰다가는 망한다'고 잠깐 멈췄다.

그리고 내 댓글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내 댓글이 노란 박스 안에 있으면서 내 아이디만 보이고 내용은 안 보였다.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쪽지 보내기 전에, 로그아웃하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가 쓴 댓글이 소생했다.

레딧에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결심하다

작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웹 브라우저에서 한국어 번역 기능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프로필에서 뱃지를 7개나 받은 걸 발견했는데, 카르마는 1개인데 업적 뱃지만 많이 받아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뱃지는 더 받고 싶어졌다. 뱃지가 귀여웠다.
더 편리하게 쓰려고 레딧 앱을 다운받았더니 앱에는 번역 기능이 없어서 바로 지웠다. 안 그러면 크롬에서 레딧으로 가고 싶어도 앱으로 자꾸 들어가기 때문이다. 크롬에서 레딧에 로그인하면 번역해서 볼 수 있다.

카르마 얻기가 힘들다는 걸 다시 깨닫다


그리고 나는 작년에 활동정지 당하고 오늘 처음으로 새 계정을 만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작년에 계정을 두 개 만들었는데 하나만 활동정지 된 거였다.
그래서 작년에 쓴 댓글이 아직 남아있었다.

작년에 한국어 배우고 싶고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귀여워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다고 챗지피티에게 번역시켜서 댓글들을 정성껏 달았다.
한국어의 복잡한 숫자 읽기 방법, 비슷하면서도 다른 어휘의 뉘앙스 차이를 설명했는데 아무도 내 댓글에 좋아요를 안 눌렀다.
그리고 어제 쓴 글에도 아무도 '좋아요'를 안 눌렀다.

내 글에 '좋아요'가 없었던 이유

갑자기 소름이 돋으면서 깨달음이 왔다.
작년에 활동정지 메일을 받았을 때, 거기엔 [이상한 부동산]에 대한 얘기뿐이었고 다른 계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시스템 내부적으로는 같은 환경에서 접속한 [오케이 기다려]도 함께 '투명인간' 처리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쓴 댓글을 나만 볼 수 있고, 아무도 못 보게 막혀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댓글을 잘 써도 아무도 '좋아요'를 못 누른 것이다. 그나마 '좋아요' 1개는 봇이 내 댓글들을 안 보이게 처리하기 직전에 눌린 거였다.

홍보에는 레딧이 최고라고 해서 다시 도전해봤지만,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레딧아, 잘 가. 다시는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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