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ev

아이패드 키보드 고장

1. 키보드가 고장났다

나는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키보드의 'ㅇ(d)' 자판에서 플라스틱 덮개가 사라졌다. 언제 없어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말랑한 실리콘 뚜껑을 누르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실리콘마저 분리되어 버렸다. 이제 누르려면 한 번 눌러서는 안 되고 꾹꾹 눌러야 한다.
한글에는 'ㅇ'이 정말 많아서 매우 불편했다.
이 키보드는 애플에서 만든 것으로 아이패드와 일체형이다. 뒤쪽에는 세울 수 있는 받침대가 달려 있고, 앞쪽은 키보드이면서 동시에 뚜껑이라서 덮으면 아이패드가 꺼진다.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2. 키보드를 얻었다

딸에게 키보드 고장 이야기를 했더니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주었다. 그리고 직접 연결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그 키보드에는 한글이 없고 영어만 적혀 있었다. 타자를 치다가 자꾸 틀려서 결국 망가진 키보드를 다시 썼다.
클로드에게 "ㅇ이 없으니까 ㅇ이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달라"고 했더니 문제없다고 했다.
그런데 클로드가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키보드를 옆에 놓고 ㅇ만 누르세요!"
"너 천재구나."
고장난 키보드는 메인으로 쓰면서 'ㅇ'만 딸이 준 키보드로 눌렀다.
힘들다. 키보드가 망가진 것은 쉬라는 신의 계시야.
그래서 월요일에 애플 스토어에 가고 주말에는 쉬기로 했다.

3. Siri는 바보

주말에 쉬려고 했으나 나도 모르게 2학년에서 단어를 뽑고 있었다.
단어를 메모장에 적고 있는데 시리가 반응을 했다. 시리에게 받아쓰라고 시켰다.
시리가 잘 받아적나 싶었는데, 잘 기억나지는 않아서 예를 들어보겠다.
'수염'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수영'이라고 적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본다.
"수영이 아니고 수염이야. 수염이라고 고쳐. 잘못 적었는데 고쳐야지."
시리는 고치지 않고 계속 받아적었다.
"수영이 아니고 수염이야. 수염이라고 고쳐. 잘못 적었는데 고쳐야지."
내가 여러번 말해도 계속 받아적어서
"시리, 넌 바보야."
라고 말했더니
"시리, 넌 바보야."
라고 적었다.
그러다가 문득 보니 6학년에서 단어를 뽑고 있었다. 
 6학년 새 교과서가 3월에 나오는데, 구 교과서에서 뽑았으니 다 버려야 한다.
주말엔 쉬라는 신의 계시를 무시하면 이렇게 된다.

4. 키보드에 글자를 쓰다

내가 쉬리랑 씨름하는 걸 딸이 보았다.
“ 쉬리는 바보예요. 챗지피티나 클로드처럼 생각하면 안 돼요. 키보드를 왜 안 써요?“
” 자꾸 오타가 나서 안 써.“
딸이 사인펜을 들고 오더니 자판에 알파벳 아래쪽에 한글을 적어주었다. 자판마다 알파벳이 위쪽에 적혀 있었는데, 아마 아래쪽에 무언가 적으라고 공간을 비워둔 것 같았다.
"엄마, 이제 아이패드 밑에 무언가 받쳐서 높여 놓고 보세요. 그래야 거북목 안 돼요."
작은 딸이 예쁜 상자를 가져왔다.
"엄마, 아이패드를 여기에 올려 놓으세요. 엄마 멋쟁이!"
오늘 애플스토어에 가려다가 그만둔다.
주말엔 못 쉬어서 기어코 오늘은 쉬면서 블로그 글이나 써야 겠다. 잠깐, 쉬는 게 아닌데?

5. Command 키가 없는 키보드

결국 애플스토어에 갔다. 지금은 단종되어서 내가 쓰던 아이패드 프로 일체형 키보드가 없다고 했다.
딸에게 받은 블루투스 키보드는 command 키가 없어서 복사, 붙여넣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패드 설정> 블루투스> 에서 키보드가 연결됨 이라고 적혀있었지만, 키보드를 누르면 글자가 입력되지 않았다. 게다가 배터리 수명도 너무 짧아서 금방 방전되었다.
결국 인터넷으로 맥용 키보드를 샀다. 키크론 유무선 키보드인데, command 키가 있다. 일체형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 아이패드와 키보드가 붙어 있지 않으니 아이패드를 높이 올려놓고 쓸 수 있다.


한글을 손글씨로 적어준 키보드 
[우리 딸이 손글씨로 적어준 자판]



댓글